2018. 11. 17. 10:38ㆍ그냥.../일상
" 쭌이랑 소주 한잔 하까? "
" 그라까? "
" 쭌이 머 먹고 싶다드노 "
" 굴 먹고 싶다드라 "
" 그럼 굴 먹으러 가자 "
" 내 빨래 널고 하믄 2시쯤 되겠다. "
" 그럼 2시에 만나자 "
바람이 시원해진다는 건
생굴을 먹을 수 있는 계절이 임박했다는 증거?
덕분에 오늘 낮술 메뉴는 굴로...
요즘 걷는 재미가 다시 생겨
좀 여유가 있을 때면 약속 장소로 걸어가는 경우가 많아
오늘도 일찌감치 집에서 나와 걸어가는 길...
축구 골대는 하나인데 축구를 하고 계시던
중년의 아저씨들...
근데 저 골키퍼 하시는 아저씨는 누구의 편이란 말입니까???
진짜 5분을 서서 구경을 했지만
저 아저씨들의 축구 룰을 이해하지 못한 나는
멘붕에 빠져 버렸다.
축구생각으로 걷다 걷다 걷다 보니
어느새 '허준 굴 생아구요리 전문점' 도착...
헉! 이마트 건물이 사라졌다.
장사가 안된다고 하더니만
걸물이 통째 없어지다니...
" 쭌이는? "
" 안왔나? "
" 어... 전화 한번 해볼까? "
" 쭌~ 어디? "
" 아직 사무실이라고? "
" 진원이가 빨래 널면 전화한다고 했다고? "
" 우리 와있다. 빨리온나~ "
" 빨래 널고 전화 안했나? "
" 아까 그냥 2시에 만나자고 했는데? "
약속 미스로 일단 둘이서 시작하는 걸로 ㅎㅎ
원산지는 올 국내산...
" 오늘 날씨 덥네... "
" 다시 여름으로 가는 거가? "
" 쭌 올려면 시간 좀 걸리겠제? "
" 먼저 시키까? "
" 그라자 "
" 이모 여기 생굴 소자로 주시고
좋은데이도 한병 주세요~ "
올해 첫 굴을 기다리는 시간...
" 진원아 굴 먹을 때 된 거 보니깐 또 한 살 나이 먹는구나 "
" 서글프노 "
" 가는 세월~ 그 누구가~ 막으수가~ 있는냐~ "
" 이 노래 누구 꺼고? "
" 에잇! 서글프다"
바다내음 한껏 담긴 탱글탱글 생굴...
숙취에 그렇게 좋다는 홍합탕...
건배~
홍합탕 한 숟가락으로 쓰디쓴 입을 씻어내고는
올해 첫 굴 맛을 보니?
와~~ 좋으다~~ ㅎㅎ
부추랑도 함께 ㅎㅎ
초장에 찍어서는 딱! 하나만 ㅎㅎ
찰랑찰랑~~
샐러드에 들어있는 사과...
" 빨래 널고 전화한다 안 했었나? "
" 아니다 2시에 일로 오라 했다. "
" 그래? 왜 난 기억이 안나지? "
" 쭌도 왔으니 다시 건배~ "
진짜 집에서 먹는 반찬같이 편안한 밑반찬...
굴 알이 큰 놈으로 골라 또 한입...
와우... 뭔가 몸속으로 건강함이 들어가는 느낌 ㅎㅎ
뜨거울 때 먹어도 차가울 때 먹어도 맛있는 계란찜...
호~ 호~ 불어 조심스럽게 ㅎㅎ
두 번째 메뉴는 굴찜...
아귀찜에 아귀 대신 굴이 들어간 굴찜...
" 아차! 굴 먹었는데 또 굴? "
" 우리 생각이 짧았다. "
그냥 아구찜을 시켰어야 했는게 아닐까?
하는 생각을 너무 늦게 하고야 말았다ㅠㅠ
그래도 뭐 이런게 있다는 걸 알았으니
그걸로 만족 ㅎㅎ
" 이모 여기 공깃밥 하나만 주세요~ "
최고의 술안주는 밥이다.
비빔밥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우린
웬만하면 마지막은 꼭 비빔밥으로...
어디 맛 좀 볼까?
그냥 비빔밥으로만 먹어도
김치를 올려 먹어도...
무나물 무침을 올려 먹어도
맛나는구나~~ ㅎㅎ
한잔 두잔 마시다 보니 8병???
그렇게 1차를 끝내고선 2차는 오랜만에 '영안반점'으로...
시계탑...
옛 중앙호텔...
중앙호텔이 번성했던 시절이 무척이나 궁금해지게
만드는 뭔가 짠하고 아쉬운 느낌의 현재 모습...
일요일 낮이지만 엄청 분주한 시장...
어? 어? 어? 여기는???
예전 인터메조 매장이 있던 그 길...
울산 현대백화점에 인터메조 매장이 생기기 전까지
옷 사러 자주 갔었었는데...ㅎㅎ
이 길을 지나니 옛 생각이 마구마구 떠오르는구나~
진원군 신이 나셨군 ㅎㅎ
병준이가 좋아하는 영안반점...
대만분들이 운영하시는 음식점으로 알고 있는데
그 맛이 참 좋으다 ㅎㅎ
" 머 시키꼬? "
" 간단하게 고추잡채? "
" 그라자 "
" 사장님 여기 고추잡채랑 좋은데이 한병 주세요~ "
오랜만이지만 낯설지 않은...
그러고 보니 여기서 자장면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네?
밑반찬이 깔리고
준비 완료...
" 이거 먹고 3차는 노래 부르러 가까 "
" 노래 부르고 싶나? "
" 어... 노래 땡기네... "
고추잡채...
음~~ 맛이 괜찮당 ㅎㅎ
아까 그렇게 먹고 왔음에도
젓가락이 쉴 새 없이 접시로 향하는걸
멈출 수 없는... ㅎㅎ
영안반점에서 맛나게 먹고
나오는 길에 약국에 들러 약하나 사러 갔다가
진돗개에게 물린 나...ㅠㅠ
결국 응급실 신세까지...
이게 무슨 일인지...ㅠㅠ
내일 다시 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뒤로하고
응급처치 후 귀가...ㅠㅠ
정신 좀 차리려고 커피 한잔...
올해 첫 굴도 개시하고
살면서 첨으로 개한테 물려도 보고
하루 동안 많고 많은 일이 벌어진...
앞으로 다시는 아무리 귀여운 강아지라도
절대 함부로 가까이 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
잠이든 저녁...ㅎㅎㅎ
어찌됐건 오늘도 친구들 덕분에 잘~ 먹고 잘~ 치료했습니당 ㅎㅎ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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